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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엄마 드라마 (줄거리, 모자관계, 시청소감)

by 지치지않는자me 2026.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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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가 사실은 가장 좋은 엄마였다면 어떨까요. 2023년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자식을 위해 독하게 살았던 한 여자의 이야기인데,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제 부모 이야기 같기도 해서 마음이 꽤 복잡해졌습니다.

 

https://www.pignpork.com/news/articleView.html?idxno=5877

1986년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사연

드라마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해식과 사료를 배달하던 영순이 만나 결혼을 하고, 평범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던 일상을 꾸려가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이 초반부를 보면서 느낀 건, 이 두 사람이 너무 순박하다 못해 조금 안쓰럽다는 거였습니다. 그 순박함이 나중에 얼마나 큰 상처로 돌아오는지를 알고 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해식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봉송 코스 때문에 대대로 내려온 농장을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건설회사 대표 송우벽이 직접 나서서 압박을 가하지만, 해식은 끝까지 거부하죠. 그러자 누군가 농장에 불을 질렀고, 두 사람이 쌓아온 모든 것이 재가 되어버립니다. 방화 혐의를 놓고 벌어진 재판에서 우벽은 증인을 매수하며 무죄 판결을 받고, 해식은 결국 우벽의 손에 살해됩니다. 자살로 위장된 채로.

직접 겪어보니, 드라마에서 이 부분이 가장 분이 많이 났습니다. 증거가 있어도, 목격자가 있어도, 돈과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순의 모습이 단순한 드라마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어딘가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나쁜 엄마라는 이름의 사랑

남편을 잃은 영순은 아들 강호를 낳고 혼자 키우면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웁니다. 판검사를 만들겠다는 것. 힘 없어서 당하지 말라고, 법 위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문제였죠.

영순은 강호가 배가 부르면 잠이 온다며 밥을 제대로 먹이지 않았습니다. 괴롭힘을 당해도 참으라 했고, 수능 날 친구가 다쳤다는 소식에 "죽기라도 했어?"라고 말하는 엄마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식을 위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그 냉혹함 뒤에 얼마나 큰 두려움이 있었는지가 보였습니다.

발달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 관점에서 보면, 영순의 양육 방식은 권위주의적 양육(authoritarian parenting)에 가깝습니다. 권위주의적 양육이란 규칙과 통제를 중심으로 자녀를 키우되 따뜻한 정서적 교류가 결핍된 방식을 말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외적 성취는 높을 수 있지만 자아 존중감(self-esteem), 즉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감각이 취약해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

강호가 그랬습니다. 검사가 됐지만, 한 번도 엄마 앞에서 편하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던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아들이 일곱 살로 돌아온 날

성인이 된 강호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들 곁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갑니다. 송우벽의 양자가 되고, 비리 검사 오태수의 딸 하영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속으로는 자신만의 계획을 조용히 쌓아 올립니다. 복수인지 출세인지 경계가 흐릿해진 채로 살아가던 강호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모든 게 뒤집어집니다.

뇌손상으로 인한 기억상실(amnesia), 그것도 어린 시절의 기억만 남고 최근 기억이 전부 지워지는 역행성 기억상실(retrograde amnesia)이 발생한 것입니다. 역행성 기억상실이란 사고 이전의 특정 시점까지의 기억이 소실되는 상태를 뜻하며, 뇌 충격의 범위와 위치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의학적으로는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출처: 미국국립신경질환및뇌졸중연구소(NINDS)

서른다섯 살의 몸에 일곱 살의 강호가 돌아온 셈입니다. 영순은 그런 아들을 조용히 집으로 데려와 다시 키우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그냥 눈물겨운 모자 드라마이겠거니 했는데, 강호가 밥을 거부하는 장면에서 드라마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영순이 그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강호가 어릴 때 배부르면 잠이 온다며 밥을 먹이지 않았던 기억이 강호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그게 너무 아팠습니다. 어릴 때 새겨진 감각은 기억이 지워져도 몸에 남는다는 것, 드라마가 그걸 참 조용히, 그래서 더 강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강호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고, 스스로 숟가락을 들기까지의 과정을 드라마는 꽤 오래 붙잡고 갑니다. 그게 느리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느림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회복은 원래 느린 거니까요.

  1. 강호가 밥을 거부한 이유: 어린 시절 영순이 "배부르면 집중 못 한다"며 식사를 제한했던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2. 영순이 다시 나쁜 엄마가 되기로 한 방법: 밥을 일부러 보여주고 먹지 못하게 하면서 강호의 본능적 식욕을 자극해 스스로 먹도록 유도했습니다.
  3. 강호의 회복이 가진 의미: 단순한 신체 재활이 아니라,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두 번째 유년기를 통해 다시 쓰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돼지 이야기의 상징성: 고개를 들 수 없어 평생 땅만 보다가, 넘어져야만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 강호와 영순 모두 넘어짐으로써 서로를 다시 보게 됩니다.

시청 후 솔직한 감상

〈나쁜엄마〉는 JTBC 수목드라마 역대 1위 시청률을 달성했고, 이후 넷플릭스 탑 10에도 진입했습니다. 2023년 포브스 선정 베스트 한국 드라마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듯, 많은 사람이 공감한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제 부모 생각이 났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저를 키우셨고, 그게 저한테는 벅찰 때가 많았는데, 그 안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를 다 알게 됐을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왔거든요. 드라마가 그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강호가 의도적으로 원수들 곁에 들어가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이 중반부에 꽤 길게 이어지는데,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호흡이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르적으로 복수극과 가족 드라마를 동시에 잡으려다 보니, 어느 쪽도 100%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구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영순이 강호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 "너무너무 사랑해서, 그래서 우리 아들은 행복하라고"라는 말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가족 서사(family narrative), 즉 가족 구성원 간에 공유된 이야기와 역할 구조가 개인의 정체성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드라마로서 꽤 진지한 시도를 한 작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쁜엄마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JTBC 홈페이지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전 회차를 몰아볼 수 있어서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주말 반나절을 통으로 썼습니다.

Q. 나쁜엄마는 몇 부작인가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가요?

A. 총 14부작입니다. 분량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지만, 감정 소모가 꽤 있는 드라마라 한 번에 몰아보기보다 2~3회씩 나눠 보는 편이 더 잘 흡수될 것 같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드라마라기보다는, 보고 나서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Q. 강호가 기억을 되찾나요?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A. 결말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단, 이 드라마는 기억의 회복 여부보다 관계의 회복에 더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결말에서 느낀 감정은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여운에 가까웠습니다.

Q. 부모와의 관계가 힘든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나요?

A. 그런 분들께 오히려 더 잘 맞을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다만 감정이 많이 올라올 수 있으니,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보거나 여유가 있는 날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보는 동안보다 보고 나서 더 오래 남습니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가족한테 전화 한 통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안부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랜만이었다는 게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가족의 의미나 부모의 사랑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나쁜엄마〉는 그 계기를 충분히 만들어줄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uumHAqDV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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